전단지 테이프

사진연작, 가변크기, 2019 - 2024

여러 행위의 시간이 겹쳐진 공간에는 부재의 형태만 남아 있다. 더 이상의 역할이 없는 전단지 스티커의 존재가 주는 부재의 형태는 한국의 빠른 사회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처럼 인식된다.
Ruban adhésif coloré
23 Série de photographies, Corée du Sud, Variable dimension  2019 - 2024

Les restes d'un autocollant sont un reflet de la vitesse sociale, un espoir et une volonté de s'en affranchir ou de la retenir. Cela montre l’absence d'espace où le temps des différentes actions se chevauchent.
Colored adhesive tape
23 Series of photographs, South Korea, Variable dimension, 2019 - 2024

The remains of a sticker are a reflection of social speed, a hope and a desire to free oneself from it or to retain it. This shows the absence of space where the time of different actions overlap.





비어있는 부재의 공간

작가는 전단지가 뜯겨 나간 네 변의 테이프 자국의 찐득찐득한 흔적을 빈 공간, 즉 사유의 공간으로 인식했다.

전단지를 붙이는 행위와 떼는 행위가 반복되어 남겨진 수십 개의 테이프 자국. 작가에게 이 자국은 어느 꼭짓점을 네 변으로 이어도 한 비어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수많은 정보와 행위들이 겹겹이 쌓이고, 또 뜯겨 만들어진 이 흔적은 비로소 부재의 공간 그리고 빈 공간이 되었다.

비로소 쉬고 있다.

무엇이 있었던 자리. 무엇이 지나간 자리. 그 뒤에는 수많은 시간과 행위를 붙들었던 끈적끈적한 테이프만이 남아있다. 이 테이프는 빈 공간의 표시이다. 이 끈적한 자국은 드디어 숨통을 트였다는 듯, 덕지덕지 남겨진 흔적들 사이를 비집고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와르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는 빗살같이 지나가고, 때마침 사유의 시간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생경한 풍경이 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같은 정보홍수에 비하면 매우 느리고 단순한 행위의 반복인 전단지 광고는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전에는 빨랐던 것들이 이제는 느려지고, 더 빠른 무언가는 계속해서 만들어 진다. 이로써 작가가 찾는 부재의 공간, 빈 공간, 사유의 공간도 사라져가고 있다.


김들림 씀